2020년 작성
코로나19로 사진 찍기 더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카메라 시장의 열기는 오히려 뜨겁다. 특히 캐논과 소니의 질주가 카메라 시장을 더 재밌게 만들고 있다. 캐논의 EOS R5, EOS-1D X Mark III, C300 Mark III, C500 Mark II와 소니의 FX9, A7SIII가 소비자들에게 넓은 폭의 선택권을 제공해 주고 있다. 더불어 소니의 A7R IV, A9 II, A7III, 파나소닉의 S1H, S1R, 후지필름의 X-T4, GFX100, 블랙매직 디자인의 URSA Mini Pro 12K, 레드의 Komodo, 핫셀블라드의 X1D II 등등 흥미로운 카메라들이 넘쳐난다. 카메라 이름만 늘어놓아도 너무 즐거울 정도다. 살 수 없어도 말이다.

그 많은 카메라들 중에서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카메라는 캐논의 EOS-1D X Mark III(이하 1DX Mark III)다. 1DX Mark III는 캐논의 최상급 DSLR로, 감히 ‘최고의 DSLR’로 부를 수 있을 만한 카메라다. 사진과 영상의 품질과 다양한 기능, 뛰어난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장한다. 화소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카메라는 주로 스포츠, 야생 동물 등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이다 보니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2,010만 화소가 대형 인화에는 부족하고 크롭에도 제한이 많겠지만, 웹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1DX Mark III의 가장 큰 매력은 연사와 AF에 있다. 뷰파인더로 초당 16매, 라이브뷰 모드에서 초당 20매의 연사를 할 수 있으며 뛰어난 AF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뷰파인더로 촬영할 때는 물론 라이브뷰로 촬영할 때도 빠르고 안정적인 AF 성능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A9, A9 II도 뛰어난 연사(초당 최대 20매)와 AF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A9 시리즈는 1DX Mark III를 이기기 힘들다. 주된 이유는 미디어와 조작성의 차이다.
AF 성능은 A9 시리즈와 1DX Mark III 모두 훌륭하다. 현행 카메라 중 최고의 AF 시스템을 갖춘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EOS R5나 A7S3도 뛰어난 AF 성능을 갖추었지만 용도가 조금 다르다) 그러나 미디어의 차이 때문에 1DX Mark III가 연사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A9 시리즈는 SD 카드를 사용하고, 1DX Mark III는 CFexpress 카드(Type B)를 사용한다. SD와 CFexpress는 기록 속도가 아주 많이 차이 난다. CFexpress 카드가 SD 카드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A9 시리즈는 연사를 하고 나서 기록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1DX Mark III는 기록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사실상 카드가 꽉 찰 때까지 무제한으로 연사를 할 수가 있다. 순간 포착이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 결정적인 차이로 다가온다.
영상 성능도 뛰어난 편이다. 4K 영상을 4:2:2 10bit로 녹화할 수 있고, 5.5k 영상을 12bit RAW로 녹화할 수 있다. 다만 4K 영상 촬영 시에는 Canon Log 2, 3를 지원하지 않고 Canon Log만 지원하며, 5.5k 영상 촬영 시에는 AF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이것은 시네마 라인업을 지키기 위한 급 나누기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도 충분한 영상 성능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DX Mark III를 사고 싶은 이유는 신뢰성과 조작감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스펙 표를 볼 때보다 실제 촬영할 때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특징이다. 프로를 위한 카메라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DX Mark III는 뛰어난 신뢰성을 보장하는 카메라다. 한편, 조작감도 뛰어나다. 여러 버튼과 다이얼, 조이스틱, 터치 센서 등이 아주 잘 배치되어 있다. 조작감이 좋지 않으면 사진을 촬영할 때 힘들고, 촬영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 따라서 조작감은 좋은 카메라가 되기 위해서 꼭 갖춰야 하는 조건이다. 1DX Mark III는 믿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다.
1DX Mark III는 정말 갖고 싶은 카메라다. 못 사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현재 캐논 웹사이트 기준 8,699,000원이다. 언젠가 빌려서라도 써 보고 싶은 카메라다. 내가 로또를 사는 이유 중 하나다. 꼭 손에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