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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캐논 C300 Mark III

*2020년 작성

 

새로운 시도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캐논의 요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플래그십 스틸 카메라인 EOS 1DX Mark III가 말도 안 되는 스펙으로 출시되었고, 곧 출시될 EOS R5는 8K Raw 촬영과 4K 120fps 촬영을 지원한다는 엄청난 소식까지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틸 카메라 시장에서 ‘혁신’을 담당하던 제조사는 소니와 파나소닉이었는데, 이제는 캐논을 주목해 봐야 할 시점이다. 물론 교묘한 급 나누기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EOS 1DX Mark III


하지만 나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틸 카메라들에 매우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1DX Mark III나 R5에는 큰 관심이 없다. 나는 오히려 비디오 카메라에 관심이 있다. 사실 가장 갖고 싶은 비디오 카메라는 역시 ARRI Alexa지만, 가격이 ARRI Alexa Mini 기준 5천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아예 살 생각도 못 한다. RED의 제품들도 좋지만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2천만 원이 되지 않는 ‘현실적’ 수준에서 고려해 볼 만한 제품들은 캐논, 소니, 파나소닉, Blackmagic Design, Z Cam, Kinefinity의 제품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캐논의 시네마 카메라 라인업을 가장 좋아한다. 주된 이유는 캐논의 Dual Pixel AF와 색감(색감은 취향의 문제이고 이 단어를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썼다. Color Science라는 단어를 쓰는 편이 더 맞고, 내가 색감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색 보정이 쉽기 때문이다.) 때문이다. 캐논은 동영상 기준 업계 최고의 AF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결과물도 컬러 그레이딩이 쉽다. 내장 ND 필터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내장 ND 필터 자체는 소니가 더 좋긴 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렌즈들은 거의 다 캐논 EF 마운트 렌즈다.

그래서 C200, C300 Mark II, 그리고 얼마 전 출시된 C500 Mark II를 고려해봤는데, 각각 아쉬운 점이 좀 있었다. C200은 녹화 코덱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C300 Mark II는 4K 60p 촬영이 불가능하고, C500 Mark II는 센서가 풀프레임이어서 뭔가 내 용도에 맞지 않았다. (센서가 풀프레임인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영상 작업에서는 Super 35mm 센서를 선호한다.) 그래서 언젠가 출시될 C300 Mark III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그게 며칠 전에 드디어 발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뛰어넘는 성능을 갖추고 나왔다.

 

 
C300 Mark III


C300 Mark III는 가려웠던 부분을 다 긁어 주는 카메라다. 크롭이 없고 AF도 가능한 4K 120fps 촬영을 지원하고(단, 고속 촬영 시 얼굴 인식 AF는 안 된다), 4K, UHD, 2K, FHD 모드에서 모두 4:2:2 10bit 촬영을 지원하며, Raw 레코딩까지 가능하다. Raw보다 10bit XF-AVC 포맷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사실상 더 바랄 게 없는 스펙이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했던 업그레이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DGO(Dual Gain Output)를 지원하는 새로운 센서다.

DGO는 간단히 말하자면 센서의 픽셀 뒤에 감도가 다른 두 가지 서킷이 있어서 두 가지 감도로 동시에 촬영이 된다는 의미다. Dual Native ISO와는 다른 개념이다. Dual Natice ISO도 감도가 다른 두 개의 서킷이 있긴 하지만 그 서킷이 동시에 활성화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낮은 감도와 높은 감도의 서킷이 따로 있어서 고감도 촬영 시 화질을 개선하기 위해 쓰인다. 한편 DGO는 두 가지 서킷이 동시에 활성화되기 때문에 다이내믹 레인지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암부는 더 깨끗하고, 명부는 덜 날아간다. 그래서 캐논의 주장에 따르면 C300 Mark III는 무려 16 스탑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지원한다. (DGO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은 아니고 이미 ARRI 카메라에 사용된 기능이다)

요약하자면 C300 Mark III는 내가 원하는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훌륭한 AF 시스템, 내장 ND 필터, 4K 4:2:2 10bit 녹화, 뛰어난 화질, Super 35mm 센서까지.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아서 가격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북미 출시가는 $10,999로 제법 합리적이다. 이제 비디오 카메라 중에서 내 드림 카메라는 C300 Mark III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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