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완성도 높은 자동차 채널을 발견했다. ‘Hagerty’라는 채널인데, 구독자가 340만 명이 넘는 데 이유가 있다. 이 채널을 알게 된 건 아래 영상이 내 피드에 떴기 때문이다. 차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 보길 권한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제네시스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상이 여러 번 피드에 떴기에 눌러보았다. 처음 눈에 띈 건 넓은 화면비였다. 사실 나는 이런 화면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겉멋으로 이런 비율을 사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화면비를 채택한 영상에는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이 영상은 그 기준에 부합하는 영상미를 보여준다.
연출과 편집도 뛰어나다. 특히 도입부에서 과거 현대 차와 렉서스를 보여주는 건 자동차 시장을 잘 알지 못해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토요타가 렉서스를 만들었듯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만들었으니 렉서스를 언급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고, 단순히 언급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존중하는 느낌을 줬으니 뛰어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렉서스의 전설의 와인잔 광고를 재현하고 그걸 제네시스 GV60에 한 단계 발전시켜 적용하는데,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인 연출이다. 과거-현재-미래 구성.
브랜드와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과 제네시스의 놀라움(현대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이 놀라는 포인트.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성장을 이루었나 하는…)을 균형 있게 보여 줬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면서도 제네시스의 치명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단점인 ‘엔진’을 짚고 넘어간다. (해외 자동차 리뷰에서 제네시스는 항상 엔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한 사양으로 보면 나쁘지 않지만 실제 주행 시 소음이나 진동 등의 문제가 좀 있다) 그리고 그런 내연 기관 엔진이라는 약점을 넘어서기 위해 전기차가 얼마나 현대에게 큰 기회인지 보여주는데, 현대가 특히 전기차 개발에 힘쓰는 모습과 맞아떨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Hagerty의 ICONS 시리즈에는 다음과 같은 영상들도 있다. G90 에피소드가 레전드인 것 같긴 한데 Lucid Air도 상당히 감동적이고 Raptor는 좀 신난다. 둘 다 컬러 그레이딩이 좀 아쉽다.